#Finale. 모든 것은 제자리로. “카게야마 군. 입원한 모양이던데.” 셔츠의 단추를 풀던 미야가 고개를 돌렸다. 매니저는 SNS에 누군가가 찍어 올린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미야는 보타이를 끌러내는 코디의 손길에 허리를 숙이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내 핸드폰.” 전원을 켜자 부재중 전화나 메시지의 알람이 연달아 울려댔다. 부재중 전화 리스트에 올라...
※ 함께 들어주세요. 나는 초면부터 그 녀석이 싫었다. 그렇기에 막 성인이 된 스무 살 생일에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고 사랑을 고백해온 녀석과 교제를 시작했던 것은 나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역대급의 폭염으로 쓰러진 일사병 환자만 수백이 넘는다고 떠들어대는 텔레비전을 뒤로 한 채 나는 에어컨 바람에 소름이 돋은 팔을 매만지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
※ BGM을 함께 들어주세요. 흙길을 밟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무더운 햇빛도 수목이 우거진 숲속까지 파고들진 않았다. 오이카와는 고개를 들어 제 머리 위를 가린 나뭇잎 사이로 눈부시게 부서지는 햇살을 바라보며 눈을 찡그렸다. 아무리 그늘에 있다고 해도 여름은 여름이었다. 이마로 땀방울이 배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출발 전날까지 전지훈련을 무슨 시골 ...
「또?」 「엑. 이번이 3번째 아녔어?」 「카게야마군은 바보입니까?」 한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캐릭터 이모티콘이 화면에 찍히는 것을 바라보던 카게야마가 씩씩거리며 자판을 두들겼지만 애초에 그는 타자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었다. 그가 자판과 고군분투하는 사이에도 핸드폰은 웅웅거리며 끊임없이 진동을 반복했다. 「헤에~ 역시 왕님이라 기사가 태워주지 않으면 안된...
“오늘 장난아니었죠!” 얼굴을 흥분으로 물들이고 경기에 대해 떠들어대는 멀쑥한 낯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카게야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기대했던 선수가 주전으로 뛰지 않았기에 다소 실망했긴 했지만 여러모로 참고가 될 만한 경기임은 확실했다. 다음 주 A대 연습 경기 때 한 번 써먹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자면 옷깃을 죽죽 잡아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고개...
※ 노래와 함께 들어주세요. ※ 짧습니다. “다음 오프 때 말인데요.” “......” “미야씨?” 대답 없는 연인에 입으로 향하던 포크를 늘어뜨렸다. 지루한 낯으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미야의 접시는 깨끗이 비어있었다. 액정을 엄지로 휙휙 넘기는 미야가 가볍게 하품을 했다. 반도 비우지 못한 접시 위로 포크를 내려놓자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에 미야가 고...
딩동- 방문의 목적이 무엇이던 간에 적절하지 못한 시간임은 분명했다. 막 침대에 누이려던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향하고 있자면 무례한 방문객은 그새를 못 참고 철제문을 두드려댔다. 이와이즈미는 문을 열자마자 자신의 멱살을 잡고 밀치는 손에 눈을 커다랗게 떴다. “카게야마?” “오이카와 씨한테… 연락, 해야 돼요.” 거친 숨을 몰아쉬는 입술도, 티셔츠의 깃을 ...
※ 초코티님(@chocolatie_) 썰 기반 단문입니다. ※ 판타지 능력자물 / SF 요소 축구장 세개 정도는 거뜬히 감싸고도 남을 너비의 물결이 공중을 일렁였다. 금빛의 장막과 하늘색의 장막이 근원지의 심박수에 맞추어 파장을 일으키며 파문을 일으킨다. 지켜보는 이들의 목울대가 절로 꿀꺽, 침을 삼키며 크게 울렁였다. 거대한 공간의 양 끝에 서서 두 발을...
“헉, 허억!” 조그마한 가슴팍이 쉴 새 없이 오르락내리락 움직였다. 젖살이 포동한 뽀얀 얼굴은 빗물이며 진흙이 묻어 얼룩얼룩했다. 새까만 머리카락이 착 달라붙어 눈가를 찌르자 카게야마가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치워냈다. 잠깐 가리워진 시야 탓에 땅 위로 솟아오른 나무의 뿌리를 발견하지 못한 작은 몸이 맥없이 넘어졌다. “악!” 철퍽. 빗물이 고인 물에 흠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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